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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조금만 기..
by 박력남 at 12/13 내공이 느껴지는 글 잘 .. by okto at 12/09 감사합니다. 포스팅이 .. by 박력남 at 12/03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 by 박력남 at 12/03 와 맞았구나! 반가워요.. by soup at 12/02 리뷰 잘읽었습니다. 링.. by Hardcore Holly at 12/02 저도 돈만 있으면 그 폭.. by Hardcore Holly at 12/02 와우, 오랜만이네요! .. by 박력남 at 12/02 대단한 기세였던 것 같.. by 박력남 at 11/27 하루만에 3천장 매진! 역.. by 잠본이 at 11/25 |
![]() 통탄스러울 따름이다. 2007년을 엔니오 모리꼬네 Ennio Morricone의 해로 하자던 내 다짐은 그저 다짐이라는 허울에 지나지 않았나 보다. 천재일우의 타이밍으로 이때 그가 마침 한국 방문에, 공연까지 하고 갔건만, 정작 팬이라 믿던 난 그 자리에 함께 할 수 없었다. 허필 내가 백수 신분일때 올 건 또 뭐람. 어마어마한 티겟 가격에 경도된 난 그저 머뭇거리다 기회를 날려버리고 말았다. 한국 나이로 80세의 고령이 된 그가 언제 또 다시 한국을 방문한단 말인가. 그저 질렀어야 했다. 아무리 비싸도, 아무리 힘든 상황이었어도 엔니오 공연만큼은 보러갔어야 했다. 앞으로 그를 한번이라도 만나지 못한다면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인다 ㅜ_ㅜ) 일생일대의 뼈아픈 실수로 두고두고 남을지 모른다. 결국 우울함과 실의감에 빠져 며칠동안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고, 공연 다녀온 사람들의 배 아픈 후기도 외면하고, 영화음악 블로그도 내팽겨친 채 방구석에 쳐박혀 있었다. 엔니오 영감, 미안해요~~ 그러나 언제까지 패배감에 빠져있을 순 없다. 비록 생생한 그의 연주를 들을 순 없었지만, 아직까지 이 세계엔 내가 접해보지 못한 그의 아름답고도 신묘스러운 영화음악들이 많으니까. 그 생각에 다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섰다. '언제까지가 될진 모르겠지만, 이 한 몸 바쳐 당신의 음악을 다 들어주겠어!!'란 결심을 하고 나니 그나마 어두웠던 지난 세월이 조금은 밝아지는 기분이었다. 다만 가뜩이나 경제력 악화일로에 빠져 파산의 길로 향하는 나의 미래가 두려워지는데, 어떻게 엔니오 영감의 작품들을 다 듣지? 란 현실적인 고민이 들긴 했지만. 아무튼 그래서 한동안의 침묵을 깨고, 잠수 타는 동안 접한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 몇 편에 대해 끄적거려 볼까 한다. 방구석에서 좌절하면서도 계속 엔니오 영감의 OST는 연주회 대신이다! 하며 볼륨을 최대로 틀어놓고 있었으니까. (덕분에 집에서 시끄럽다 쫓겨날 뻔 했지만.) 조금 아쉬운 건 소개하는 작품 중 몇 편은 영화를 아직 못 봤다는 거. 주객이 전도돼 영화보다 영화음악을 먼저 접한 셈이다. 고령임에도 그는 최근까지 아주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 국내에선 2000년 [미션 투 마스 Mission to Mars]나 [말레나 Malena] 이후의 작품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그건 80~90년대보다 할리우드 작업이 줄었고, 자국내 영화를 위주로 활동한 것과 TV극 음악의 비율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이탈리아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란 하늘에 별따기요, 콘택 600 한 알의 알갱이가 모두 몇개인지 세는 것과 같은 일. 그래서 사운드트랙 역시 접하기 어려울 수 밖에. 아주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2003년 그가 음악을 맡은 일본 대하드라마 [무사시 武蔵 Musashi]의 OST는 2000년 이후의 엔니오 음악을 궁금해하는 내게 가뭄에 단비같은 앨범이었다. 이탈리아 출신에 영어라곤 한마디도 못하는 그가 일본 TV의 음악을 맡았다는 것도 특이한데, 게다가 [무사시]는 미야모토 무사시가 나오는 막부 시대의 역사극이라는 사실. 처음엔 가히 어떤 모습의 음악일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태왕사신기]의 음악을 맡은 히사이시 조 久石讓를 떠올려보니 그다지 어색한 조합도 아닌듯 싶었다. 오히려 경험많은 외국인 음악가를 통해 사극이라는 장르의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내 음악가와 달리 다른 맛과 깊이를 묘사할 수 있을지 않을까. 게다가 마카로니 웨스턴이나 사무라이 활극이나 따지고보면 비슷한 분위기가 있기에 NHK 제작진의 판단이 꽤나 신선하게 다가오기까지 했다. (조금만 더 부지런했다면 직접 일드를 찾아 봤겠지만, 그런 열정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 결국 영상을 보는 건 포기!) [태왕사신기]를 보고 있으면 딱 어 히사이시 조다! 란 소리가 나오듯, 엔니오 모리꼬네도 [무사시]에서 역시 딱 그만의 사운드를 뽑아낸다. 굳이 일본 전통 악기를 사용하고, 일본 음색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세계관을 표현하는데엔 전혀 지장이 없다는 듯 그는 일본색을 거의 지워버린 채, 자신이 익숙하게 사용해왔던 재료들을 통해 자신만의 분위기를 고수해내고 있다. 아름답고 유려한 멜로디와 탁월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불협화음, 관현악과 보이스,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악기들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오케스트레이션까지. [언터쳐블 The Untouchables]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Once Upon a Time in America], [미션 The Mission]의 중간 지점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 스코어는 일본 막부 시대에서도 그의 스타일이 통함을 증명해냈다. ![]() 이번에 접한 엔니오 모리꼬네 앨범 중 가장 근작(2005년작)인 [FATELESS]는 200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임레 케르테츠 Imre Kertesz의 데뷔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구라파 촬영감독으로 유명한 라조스 콜타이 Lajos Koltai의 입봉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원작자 임레가 직접 시나리오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져 유명해졌으며, 베를린과 깐느에 소개돼 많은 호평을 받았다. 제 2차 대전 홀로코스트가 자행되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안에서 운명과 삶에 대한 자유의지를 깨닫는 소년의 시선을 담은 이 작품의 음악은 그래서 애잔하고 슬프면서도 동시에 희망에 가득찬 음색을 들려준다. 이 이중성을 효과적으로 들려주기 위해 엔니오가 선택한 악기는 팬플릇과 클라리넷이다. 메인테마인 'Fateless'에서 두터운 음색의 팬플릇이 슬픈 곡조로 거친 현실을 암시한다면 곡바로 이어지는 클라리넷의 밝은 음색이 생에 대한 의지를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서정적이며, 아름다운 멜로디에 리사 제라드 Lisa Gerrard의 힘있고도 감동적인 보이스의 합류는 더욱 엔니오의 음악을 돋보이게 만든다. 존 윌리암스 John Williams의 [쉰들러 리스트 Schindler's List]가 휴머니즘 넘치는 감동을 선사하고, 보이체크 킬라르 Wojciech Kilar의 [파아니스트 The Pianist]가 담담하고 냉철한 시선의 고결함을 던져준다면, 엔니오 모리꼬네의 이 홀로코스트 영화음악은 고결한 영혼의 존엄성과 울림을 안겨줄 것이다. 엔니오 모리꼬네라는 명성을 다시 한번 꼼짝없이 인정하게 만드는 감동의 명품 OST. 국내에선 영화와 원작 소설 모두 정식으로 소개 안된 걸로 알고 있는데, 빨리나마 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외 로만 폴란스키 Roman Polanski 감독의 스릴러 [실종자 Frantic]와 Sergio Citti 감독의 코미디 [우리 자유의 왕이다 I Magi randagi] 역시 인상적인 엔니오 작품이다. [실종자]가 70년대부터 나름대로 확립해온 나른하면서도 긴박감 넘치는 엔니오 풍의 스릴러 음악을 따라가고 있다면, [우리 자유의 왕이다]는 오히려 초창기 파격적인 악기 편성과 적극적인 보이스 활용, 키치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를 차용해 약간은 자기복제적인 성향을 보인다. 그러나 과거 종교용으로 쓰이는 고(古)관악기와 민속적인 발현악기의 조화는 그런 초기의 날카롭고 거침없던 느낌과 달리 자유분방함 속의 클래식컬한 품격을 선사한다. [실종자] 역시 그가 담당한 [시실리안 패밀리 Il clan dei siciliani]나 [어느 연약한 짐승의 죽음 Le Professionnel], 그리고 그외 무수히 많은 스릴러 스코어와 묘하게 닮아있다. 애수에 찬 낭만적인 분위기를 한껏 치장한 멜로디와 불협화음의 조화랄까. 아무튼 비슷하게 느껴지며 미세하게 다른 그의 아름다운 스릴러 스코어는 매력적이면서 치명적인 팜므파탈의 유혹과 비슷하다.얼마 남지 않은 2007년이지만, 비록 엔니오 영감의 공연마저 놓쳤지만, 아직 나의 '엔니오 모리꼬네의 해'는 유효하다. 더 열심히, 더 많이 들어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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